한시빙어1

27. 내게 허령함 있으면 하나의 누대이고

28. 십년 나물 씹으며 춥고 주림을 참아

29. 금년의 감사는 지난 가을의 갑절이니

30. 육체는 마귀에 속하여 신에게 아니며

31. 사마상여는 남쪽인데 나는 북쪽 왔고

32. 국가의 앞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니

33. 병들어 늙어온 인생 칠십 삼년이라-10월 20일 아침에 앉아서

34. 만주사람들 쓸쓸하니 애석한 일이라

35. 남과 북의 설산 길이 그 몇 겹인가?

36. 나그네 돛배는 쓸쓸히 관북에 저물고

37. 차 끓이고 밥 지어 봄 함께 따스하니

38. 추운 날씨에 북쪽 바닷가에 앉았으니

39. 동방의 증자이라던 백제의 의자왕이

40. 종족은 어찌 백인과 황인종 갈렸나

41. 가을서리 일찍이 귀인도 관용치 않아

42. 홀몸으로 북쪽 서쪽을 표류하는데

43. 서리 내린 청진 온 하늘 달 가득하고 1945년

44. 나뭇잎 진 하늘 끝 만상이 공허하고

45. 만주사람은 본래 조선 사람이었는데

46. 매화꽃이 피려하자 눈이 갓 내리고